오오후리

[이즈미하] 복사꽃 피는 날에

dalian (다련) 2015. 11. 28. 23:09

요즘 들어 이상한 느낌을 받고 있다. 계속해서 누군가가 보는 듯한.


시선이 느껴지는 것 같아서 고개를 돌리면  지나가는 수많은 사람들 중에 연한 갈색빛의 머리칼이 항상 쏙 하고 사라진다.


“아, 또 사라졌다.”

“그 계속 너 쫓아다닌다는 애?”

“어.”

“도대체 누구일까.”

“그러게.”


내가 제일 궁금한데



그런데 이렇게 쉽게 잡을 줄이야.


내 눈 앞에 있는 눈도 못 마주치고 계속해서 눈알을 굴려대다가, 얼굴이 빨개져서 고개를 푹 숙여버리는 이 아이가 날 쫓아다니다 사라지는 그 사람이 맞는 걸까? 


전혀 그렇게 안 생겼는데. 뭔가 쫓아다니기보다 쫓기게 생겼잖아? 꽤 귀엽게 생겼고.



아, 갑자기 창백해졌다.


“미, 미, 미안,해...”

“왜 울어. 울지말고. 왜 그랬는지 말해봐.”


갑자기 눈물을 흘리려고 하길래 눈꼬리에 맺힌 눈물을 닦아주면서 말을 걸었더니 아이의 얼굴이 발개졌다. 마치, 며칠 전, 지나가다가 길거리에서 발견한 예쁘게 피어오른 복사꽃처럼.


“조,좋아, 해. 이즈미군.”


그렇게 고개를 푹 숙이고 들지 않을 것처럼 굴더니 아이는 고백의 말을 전할 때 눈을 똑바로 마주치고 올곧게 쳐다봤다. 투명하고 동그란 눈동자에 내가 온전히 비쳤다. 나름 대담하게 말하려 애썼지만, 바람에 흔들리는 복사꽃처럼 조금씩 흔들리는 눈동자를 따라 나도 흔들렸다.


“응. 그럼, 번호 좀 줄래?”

“어,어, 무, 무슨...”

“나도 너에게 관심이 생겼으니까.”


아이는 내가 건네준 내 휴대폰을 들고 계속 입을 움찔 움찔대다가 얼굴이 펑 하고 터진 것처럼 반응하다가 덜덜덜 떨리는 손으로 휴대전화 번호를 내 휴대폰에 쳐줬다. 곧바로 아이의 휴대전화에 내 번호를 남기려고 전화를 걸었다. 그러자, 아이에게서 노랫소리가 울렸는데, 내가 좋아하는 밴드의 노래이자 내 휴대전화 벨소리였다. 내가 쳐다보고 있는 걸 눈치챘는지 못했는지, 놀란 아이가 허둥지둥 대면서 휴대폰을 꺼내서 전화를 받으려고 손을 놀렸는데, 내가 이미 저장되어 있었다.


이즈미군


나를 쫓아다녔으면서 저장은 꽤나 담백하게 되어있었다. 하긴, 지금 이 상황에서 보이는 아이의 성격을 보자면, 나를 쫓아다닌 게 대단했다. 쫓아다녔다고 해도 캠퍼스 내에서만 이었지만.


“그럼 연락할게.”

“으, 응!”


집에 와서 침대에 누워서 휴대폰을 보면서 아이의 이름을 물어보지 못했다는 걸 떠올렸다. 매번 그렇게 머리만 쏙쏙 보이고 사라져서 짜증 나서라도 꼭 물어보고 너 뭐냐고 해주려고 했는데. 이렇게 될 줄이야. 그렇지만, 정말 귀여웠는데.


네 이름이 뭐야?


이름을 물어보는 건 얼굴을 보고 물어봐야겠다. 그 얼굴이 봄날에 한껏 피어오른 꽃처럼 되어서 나를 쳐다보면서 이름을 말해줬으면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