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지미하/타지아베] 나만 알고 있는 이야기
미하시는 연기를 못한다. 그건, 미하시를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알 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미하시의 생각은 그들이 쉽게 알 수없다. 그 사실이 예전에는 특별하게 다가왔지만, 요즘은 그 특별함이 괴로웠다. 미하시의 감정을 단번에 눈치채버렸으니까.
고백도 해보기 전에, 짝사랑 상대의 짝사랑 상대를 아는 것은 비참했다.
미하시는 아베를 짝사랑한다.
아베를 볼 때 미하시의 눈은 나를 볼 때와 전혀 달랐다. 아베를 볼 때만큼은 미하시는 가슴속에 담아두었던 감정들의 유리막을 깨버리고 눈 안으로 흘려보낸다. 눈 안에서 일렁이는 감정의 액체들이 너무 아름다워서 나는 괴로웠다. 단순한 열정과 애정, 동경과는 다른 좀 더 많은 것들이 담긴 색, 고시엔에서 보았던 그런 색과는 다른 형용할 수 없는 많은 색들이 눈 속에서 출렁이고, 섞여서 갈색이 되어 강물보다 세게 일렁이고 있었다.
혼자서 얼굴이 빨개지고, 하얘지고, 아베를 바라보는 미하시는 참 행복해 보인다. 그래서 심술궂은 마음에 일부러 미하시와 아베가 함께 있을 때 미하시에게 자주 말을 걸었다.
“와! 미하시, 얼굴이 막 빨개졌다 하얘졌다 해!”
“그래,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아픈 건 아니지?”
미하시는 발그스레해진 볼을 하고 열심히 고개를 젓었다. 미하시는 아프다 해도 괜찮다고 할 인물이었기 때문일까, 아베가 미하시의 이마에 손을 얻고 열을 쟀다. 역시나, 미하시는 그 눈을 좀 더 일렁이며 이젠 발그스레를 넘어서 홍당무가 되었다.
미하시가 아베에게 보내는 눈빛을 방해하려 한 건데, 둘만의 세계가 생긴 것 같잖아!
원래의 나라면, 이 상황에서 더 방해 하려 했겠지만, 미하시가 좋아 보여서 물러서기로 했다. 돌아서서 그라운드로 걸어가자 아베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뒤돌아보지 않고 그냥 계속 갔다.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미하시의 행복을 방해하고 싶진 않으니까. 그러니까, 한 발자국 물러서는 거야. 미하시는 행복해야 하니까. 그리고 아베는 미하시를 좋아하지 않는걸.
나는 미하시의 감정도 금방 알 수 있었던 만큼, 아베가 요즘 관심을 쏟고 있는 상대를 알고 있었다.
아베는 나를 좋아한다.
아베가 나를 좋아하는 이유를 나도 모른다. 나와 아베는 그렇게 친한 편도 아니었건만, 어디서 나에게 반한 걸까. 단지, 내가 아베가 나를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된 것은 아베의 미묘한 표정 변화였다. 처음엔, 아베가 나를 싫어하는 건가 싶어서 표정 관찰을 해봤더니 그건 기분이 좋을 때만 나타나는 것이었다. 아베는 기분이 좋을 때 눈썹이 살짝 올라간다. 그리고 나를 볼 때 아베는 눈썹이 올라간다.
모두들 좀 더 이기적이면 좋았을 텐데, 그러면 내가 아무런 죄책감 없이 미하시한테 고백할 수 있었을 텐데.
나만 알고 있는 이 어정쩡한 관계가 깨져버렸다는 것을 눈치채게 된 것은 선선한 바
람이 불기 시작한 가을에 어느 날 오후.
답지 않게 미하시의 제구력이 형편없어서 감독님이 크게 화를 내시면서 미하시에게 원인을 고쳐오라고 소리치는 걸 들었다. 모두들 감독님이 소리치기 전부터, 그 모습을 보고 있어서 아베와 미하시 사이에 무슨 일이 있겠거니 하고 짐작했다. 아베도 뭔지 모르는지 짜증이 난 것 같은 모습이었지만, 나는 미하시의 표정이 안 좋은 것이 마음에 걸렸다. 예감이 좋지 않았다.
미하시가 신경 쓰여서 감독님께 양해를 구하고 잠깐 미하시를 보러 갔다. 둘이 있는 라커룸 근처로 조금씩 다가갈 때마다 아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하시, 진짜 무슨 일 없어? 왜 자꾸 울어.”
“아, 아무것도, 아니, 야.”
훌쩍이는 목소리, 미하시는 정말로 울고 있었다. 미하시가 우는 걸 알자마자 락커룸으로 재빨리 뛰어갔다. 눈 앞에 보이는 문을 거세게 열고 바로 아베에게 말했다.
“미하시 괴롭히지 말랬잖아!”
“뭐, 뭐? 난 아무것도 안 했어. 그냥 미하시가 오전에 나랑 말한 이유로 상태가 안 좋길래...”
“무슨 얘기했는데?”
“그냥... 좋아하는 사람 있느냐 하던지 하는 평범한 얘기였는데.”
눈앞에 빨개진 얼굴로 말을 하는 아베보다 훌쩍이는 미하시만 머리에 들어왔다. 미하시가 우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미하시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처럼 아베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건 나에게 말한 적이 있으니까.
셋이서 이어가던 아슬아슬한 관계는 깨졌다.
미하시, 네가 좀 더 강한 사람이었으면 좋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