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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zalea
하얀 소독약 회사 앞 횡단보도 건너편에 바로 보이는 꽃가게는 지나가는 사람들 모두에게 한 번이상의 시선을 빼앗는 곳이었다. 아무리 중요한 얘기를 하고 있었다고 해도 그 가게를 한 번 봤다 하면 그곳에 시선을 주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적어도, 내가 관찰한 바에 있어서는 그랬다. 외근을 다녀오면서 후배와 이끌린 듯이 꽃가게에 시선을 빼앗기고 왠지 여기는 지나갈 때마다 들리기 된다는 후배의 말을 들으며 처음으로 꽃가게 입구를 밟았을 때 후배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 이유 또한. 사람들을 홀리는 건 꽃가게가 아니었다. 그 안에 있는 사람이었다. 그에게서 흘러나오는 희미한 소독향이 지나가는 모두를 의식 없이 홀려서 최대한 그를 노출시키기 위해 발악하고 있었다. 필사적이었다. 일하는 도중에 틈이 나서 창문을..
1월 8일 대운동회에 나올 하루미하 성인 트윈지입니다.표지는 아래와 같이 앞 표지는 다련의 표지, 뒷 표지는 이우님(@e_u_im)의 표지로 되어있습니다. 만들어주신 이우님(@e_u_im) 감사합니다! 페이지는 총 40P로 구성되어 있으며 가격은 5000원입니다. 이 회지는 성인지이므로 성인인증이 필수입니다. 17년 1월 8일 대운동회 기준으로 19세 미만이신분들이 대리,중고구매를 하셨을시 판매자는 절대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반드시 선입금 폼에 절차에 따른 인증을 해주셔야합니다. SAMPLE COVER SAMPLE PAGE 다련의 샘플페이지입니다. 이어지는 페이지가 아닙니다. 이우님(@e_u_im)님의 샘플 페이지입니다. 선입금폼은 http://naver.me/FGgWYhqb 선입금에서 두 권정도만 추가..
[셈한공] 小幸运 나는 어느 날 갑자기 사랑에 빠진다는 순정만화 속의 이야기를 믿었었다. 누군가가 기증했을 몇 없는 고아원의 만화책은 고아원의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비록 그게 순정만화라 하더라도. 그 때문이었을까, 정말로 나는 사랑은 어느 순간에 운명같이 찾아오는 것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아주 천천히 켜켜이 쌓이고 나서야 알게 되는 사랑이 있을 거라고 알지 못 했다. 너를 남들보다 조금 더 특별하게 여기고 있는 것을 알았어도, 항상 너와 같이 있고 싶다고 생각했어도, 그 모든 것이 친구를 향한 마음이라고 생각했다. 가장 친한 친구니까, 조금 더 특별하다고 그렇게만 생각했다. “고백해! 걔가 좋다며!”“이게 좋아하는 걸까…?”“야, 그럼 계속 같이 있고 싶고, 걔한테 좀 더 특별해지고 싶고, 걔 생각..
또다 또, 이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이. 아주 작지만 귀에 대고 속삭이는 것처럼 툭툭 던져지는 목소리는 제 몸을 움찔움찔하게 하는 재주가 있었다. 그저, 갑자기 툭 자신을 쳐서 뿐만은 아니라, 좀체 적응할 수 없는 목소리의 내용 탓이었다. 누군가 연애소설을 읽으면서 느끼는 간질간질함에 몸이 꿈틀거린다고 했던가, 하여튼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그래, 방년 16세 아베 타카야는 자신을 향한 연애소설을 실시간으로 듣고 있었다. * 아베군, 안녕. 학교에 들어섰을 때, 누군가의 목소리에 맞받아 인사를 하면서 고개를 들었을 때, 아무도 없었다는 일은 잠시 등이 오싹오싹한 별거 아닌 일이었다. 단 한 번뿐이었다면. 매일같이 들려오는 누군가의 목소리에 답하는 일은 주위 사람들의 이상한 시선을 받게 할 뿐이어서, 이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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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결코 이런 것이 아니었다. 자신의 집에 오라는 자신의 말에 수줍게 볼을 붉히고 예쁘게 눈을 깜빡거리는 렌을 본 게 한 시간 전인 것 같은데 이런 끔찍한 일이 벌어질 줄이야.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흑심을 품고 렌을 집에 초대한 그 순간부터? 아니면 평소보다 더 신경 쓴 것 같은 렌을 은근슬쩍 더듬으며 목에서 나는 향을 맡을 때부터? 그에 놀란 렌을 자연스럽게 방으로 데려갔을 때부터? 나는 왜 이런 음흉한 짓밖에 못 떠올리는 거지? 생각하지 말자. 하루나 모토키. 네가 얼마나 파렴치한 인간이지 생각하는 꼴밖에 안돼. 이 상황을 어떻게 수습할지 나 떠올려! “렌..그건..”“모토키상, 이게 뭐, 예요?”“별거.. 아니야!! 다른 거 보자, 우리. 응?”“직박, 구리 폴더에 왜 비,밀번호 걸려있어요?..
좋아하는 사람과 같은 마음이라는 건 행복한 일이다. 같은 마음이라면. 그래, 같은 마음이라면. 그럼, 같은 마음이 아니라고 느껴질 때는 어찌해야 할까. 불현 듯 떠오른 생각에 배 안쪽이 뒤틀린 기분이 들었다. 메스껍고, 가슴이 시린 것 같고, 눈물이 나올 것 같은 느낌은 저에게 너무 낯선 감각이었다. 토시노리 상이 나를 좋아한다고 한다는 말이 나와 같은 마음일까? 아닐지도 몰라. 그는 다정한 사람이니까. 그저 어린 제자의 마음을 부정해주지 않고 받아주는 걸지도. 손잡는 것도 꺼리는 것 같았는걸. 그와 내 마음이. “..같았으면 좋겠다.” “뭐가 같았으면 좋겠다는 거냐?”“으악! 깜짝이야... 카,캇짱?”“네놈, 뭐 하냐? 하여간, 병신같이.” 갑자기 들려오는 거친 말에 상념에서 빠져나와 좌우를 둘러보다가..
비 오는 날, 그 눈물들 사이의 잔인하게 달콤한 너를 봤다. 아주 오랜만에 경기가 우천 취소되었다. 거기다가 내일은 쉬는 날이다. 예상치 못한 선물에 기분이 좋았다. 너와 함께 했던 고교시절, 그때와 달리 이곳엔 네가 없었기에 너를 만나게 해줄 이 비가 좋았다. 우천 취소 소식을 듣고, 재빨리 옷을 갈아입고 나가는 도중에 들려온 짓궂은 동료의 놀림도 좋았다. 내 얼굴을 보고 놀랐다가 환하게 웃어줄 네 모습이 상상되는 것도 너무 좋았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가 어느새 내 마음 안에 고여서, 터지기 직전의 물 풍선처럼 부풀어올라서 그래서 기분이 자꾸만 들떴다. 오늘 원래 경기를 했어야 하는 경기장과 네 회사가 가까워서 들뜨는 마음도 식힐 겸 네가 있는 곳까지 걸어왔다. 비를 막기 위해 편의점에서 산 우산이 네..
소년이 오랜만에 나를 불렀다. 그가 있을 하얀 방으로 갔다. 나는 오래전부터 가끔씩 한 소년을 만나왔다. 언젠가부터 소년은 평소에는 생기 하나 띄지 않은 눈을 하고 있었다. 어렸을 적, 공 하나에 즐거워하던 그는 사라지고. 생기 없는 눈으로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팔을 바라보다가도 TV에서 야구 중계가 나오거나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누구보다 반짝이는 눈을 내게 다시 보여주었다. 소년은 야구를 좋아했다. 그의 팔은 더 이상 공을 던질 수 없었지만, 여전히 공을 던지고 싶어 했다. 소년은 산타를 좋아했다. 그는 아이들에게 선물을 가져다주는 산타를 좋아했다. 크리스마스의 선물로 어렸을 적 그가 받았던 야구공은 아직 야구가 아니었던, 단순한 공 던지기의 시작이 되어주었다. 그는 산타가 자신에게 야구를 주었다고 ..
좋은 날이다. 헤어지기 좋은 날.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봄날, 학교 정문 근처에 아름답게 존재를 뽐내는 커다란 벚꽃나무가 벚꽃들을 햇빛 가루들과 함께 흘리는 것들을 눈 안에 담으면서 그와 헤어졌다. 헤어지자고 말하는 그의 입에서 나오는 슬픈 말들이 내려오는 벚꽃들과 어우러져 비정상적으로 아름답게 보였다. 노란색 분홍색 갈색 다시 노란색, 헤어지자는 이유의 색들이 그의 입의 움직임과 함께 계속해서 바뀌었다. 색들이 말을 하고 돌아서는 그를 따라 바람처럼 하늘거리며 춤을 추었다. 멀어지는 그를 따라 점점 색이 옅어졌다. 색이 사라졌다. 이번에는 색을 붙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나도 색을 가져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이번에도 나 혼자 무채색으로 살아가는 걸까. 벚꽃나무에 매달린 색이 물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