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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셈한] 기억상실 본문

또봇

[셈한] 기억상실

dalian (다련) 2015. 6. 13. 22:33

해도 뜨지 않는 낮, 네가 사라졌다.


매연이 쌓이고 쌓여 그리고 그곳에 노을이 물들어 주황빛의 흐린 하늘 날,태양이 보이지 않던 날, 내가 알던 네가 사라졌다.

“너는 누구야?”

근래에 점점 잊어버리는 게 많다고 생각하긴 했다. 하지만, 평소에도 사소한 것을 자주 까먹는 너이기에 별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네가 좋아하는 분야라서 매일같이 말하던 용어를 잊어버렸을 때는 불안했지만, 겉으로 괜찮은 척하며 나를 속였다. 속이고 또 속여서 태연함을 가장하고 불안함을 떨쳐내려 했다.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기에.


그런데 네가 날 잊었다.


망연자실해서 가만히 서 있었더니 그런 내가 이상하게 보였는지, 미간을 약간 찌푸리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평소와 다름없는 네 버릇이다. 십수 년간 봐왔던.

“나는 세모. 권세모.”

“그게 누군데?”

“너를 사랑하는 사람.”

네가 묻는 말에 심장에 천 개의 바늘이 꽂히고, 그 바늘을 빼낸 자국에서 동맥, 모세혈관, 정맥을 타고 돌아온 모든 혈액이 빠져나가는 것 같다. 심장에서 빠져나간 피는 심장을 뺀 내 몸 나머지를 채우고, 내 심장은 차가워졌다. 

“응?”

“그리고 너도... 날 사랑했어.”

“넌 남자잖아.”

“...”

“말도 안 돼."

“그러게, 말도 안 되지.”

“우리 둘은 남잔데.”

차가워진 심장은 이제 얼어붙어 서서히 깨지고 있었다. 깨진 파편은 액체 위에 떨어져 액체를 굳게 한다. 그리고 결국 액체까지 모두 굳어지고 내 몸은 하얘졌다. 하얘진 몸은 움직이지 않아서, 널 계속 똑같은 위치에서 보고 있었다. 그랬더니 네가 손을 잡아왔다. 네 손이 닿은 부분이 따뜻해져간다. 모든 것이 제자리로 되돌아간다. 아아, 이번엔 파래졌다.

“저기, 어디 아파?”

“아니.”

그래, 저 말을 처음 듣는 것은 아니었다. 모든 것은 처음이 되었을 뿐. 너는 여기에 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 너는 여전히 따뜻하므로





그날 이후로, 너는 매일 아침 나를 처음 볼 때마다 누구냐고 물어왔다. 물론, 그건 나에게만 해당되는 게 아니었다. 차 박사님, 차두리, 주딩요, 독고 오공, 네옹이 형... 모두에게 그랬다. 모두가 현재의 널 마주하고 뒤에서 울었다. 차 박사님은 우리 앞에선 울지 않았지만, 네게 웃어주실 수 있었지만, 하루하루 다크서클이 늘어가고, 야위어 가시는 모습에 알 수 있었다. 차 박사님과 나는 매일 너를 만나고, 네게 이름을 알려준다. 차 박사님은 바쁘셔서 내가 네 곁에 남아있을 때가 많다. 사실, 내가 차 박사님을 보낸다. 차 박사님은 미안하고 안쓰러운 듯이 나를 보고 나 보고 가라 하시지만, 내가 너를 떠날 수 있을 리가 없다. 박사님은 괜찮으냐고 묻고, 나는 괜찮다고 대답한다. 그렇지만 하나야, 지금의 나는 조금 아픈 것 같아.

“하나야, 제발 기억을 잃지 말아줘. 날 기억해줘. 돌아와 줘...”

네가 잠들 때에만 말할 수 있는 말. 네가 눈을 뜨고 있을 때는 말할 수 없다. 그저 이렇게 네 손을 붙잡고, 빌고 또 빈다. 그러면 이렇게 네가 내 이름을 부르고 둘이서 지내던 상상이 이뤄질 것만 같아서.

“세모야.”

“어, 하나야. 깼어?”

“응.”

순간, 네가 돌아온 것 같아서 멈칫했다. 기억을 잃은 너도 눈을 마주하고 말하는 것과 그 눈 속에 온전히 나만을 담고 내 이름을 속삭이듯 조용히 부르는 것도 똑같아서. 이렇게 보면, 너는 변한 게 없는 것 같은데.

“하나야, 뭐 필요한 건 없고? 배는 안 고파?”

“아니, 그보다 있잖아... 세모야.”

“왜?”

“내가 돌아왔으면 좋겠어?”

너는 자고 있지 않았던 걸까. 심장이 또다시 멈췄다. 네가 나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나는 모르겠다.

“... 응.”

“그래? 난 지금의 나도 좋은데...”

울컥-목구멍 안쪽에서부터 말이 쏟아져 나오려고 한다. 네가 나에게 바라는 게 뭐야? 네가 그렇게 나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해? 널 사랑하는 나는 어떡해?

“네가 나한테 바라는 말이 뭐야? 지금의 널 사랑한다 그래야 해? 나는 아니야. 그래! 네가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네가 다시 내 귀에 사랑한다 속삭여 줬으면 좋겠어!”

욱해서 말이 세게 나왔다. 부드럽고 다정한 갈색의 눈동자가 담고 있는 모습이 보기 싫다. 네게 짜증 내고 있는 모습이 역겹다. 너에게 짜증 낼 것이 아닌 것을 안다. 모두 내게 해야 할 말이다. 봐봐. 이렇게 사랑스러운 하나에게 넌 뭐라 하고 있어? 그렇게 사랑받고 싶어? 못됐네. 권세모.

“세모야, 화났으면 미안해... 하지만, 그거 알아? 세모야? 너, 매일 날 보면서 웃어주지만, 그건 날 향한 게 아니야. 네 눈은 내가 아닌 날 넘어서 누군가를 보고 있어.”

이런 상황 속이지만, 내 머릿속엔 하나의 말속 한 가지만 맴돈다. 매일? 매일이라고? 지금 단기간이지만 기억이 돌아온 거지? 머릿속은 환희로 가득 찬다. 이런 날 눈치챈 걸까. 하나는 날 보다가 슬픈 미소를 짓고 날 지나쳐 나갔다.

“세모야. 나도 여기에 있었어.” 

하나는 지나가면서 나에게 말했다. 하나는 문을 닫고 나갔지만, 쫓아가지못 했다. 내 눈에 보이는 것은 하나가 서 있어 가리고 있던 창문 밖으로 보이는 풍경. 해가 보이지 않는 낮.

그리고 넌 사라졌다.


해도 뜨지 않는 낮, 네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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