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alea
[셈공데이] 앓이 본문
눈앞이 캄캄했다.
독고오공을 좋아하게 되다니. 심지어 독고오공은 남자고 우리는 친구사이다. 친구인 만큼 독고오공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이상형도. 가망이 없었다.
이보다 더 최악일 수 있을까
암담한 생각밖에 떠오르지 않아 이내 세모는 무릎에 얼굴을 파묻었다.
잠이 들 수 없어 밤새 끙끙거리던 새 아침이 되었는지 창문 밖이 환해지고 있었다.
학교에 갈 준비를 할 시간이었다. 밖에서 요리하는 리모의 소리가 들린다.
평소 같으면 아침메뉴에 대해 생각하며 두려워 할 세모였지만, 머릿속에 오공이 생각뿐이라 다른 생각이 들어오지 않았다.
깊은 고민 끝에 잠시간 독고오공과 떨어져 있기로 결정했다. 그래 이것이 독고오공과 자신 둘 다에게 좋은 결정이었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이제 그만 독고오공을 잊고 학교 갈 준비를 할 시간이었다. 언뜻 리모의 내려오라는 부름이 들리는 듯 했다. 어느 때와 같은 아침이라 어제의 일은 꿈만 같아 세모는 입가에 슬며시 미소를 띄었다.
초등학교 때 거제도로 이사 갔던 독고오공은 진학문제로 인해 대도시로 돌아와 대도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친구였던 세모와 독고오공은 이사 후에도 연락을 지속해서 주고받았던 만큼 친해서 대도시로 다시 돌아온 후에는 거의 붙어 다녔다. 그 예로 둘은 점심시간이면 같이 급식을 먹었고, 독고오공이 공부나 숙제하러 도서관에 갈 때면 같이 가서 옆에 앉아 책을 읽곤 했다. 그런 사이이기 때문에 독고오공이 금방 이상하게 여길 것을 세모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이렇게 심각하게 여겨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권세모, 너 오공이랑 싸웠냐?”
“...아니”
“근데 왜 안 붙어 다녀? 맨날 껌처럼 붙어 다니 더만. 맨날 뭐만 하면 오공이, 오공이 그러면서 오공이한테 가더구먼. 차하나도 너 오공이랑 싸운 거 아니냐고 그래.”
“두리 넌 왜 그런 걸 말하고 그래!”
떨어지려 한지 고작 이틀 만에 앞에서 떠들어대는 이 쌍둥이가 찾아 올 정도로 독고오공과 같이 다녔다는 사실에 놀라고 있다가 맨날 독고오공만 찾았다는 차두리의 말에 충격을 받았다. 머릿속이 하얘져가는 것만 같았다. 그 말이 머릿속에 계속해서 종소리처럼 울려 퍼졌다. 자신이 인식하기도 전에 이미 독고오공이 자신의 무의식을 차지할 정도로 커져버렸다는 사실 때문일까, 아니면 멀어지려 해봤자 이미 독고오공을 떼놓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서일까. 둘 중 어느 것이던지 별로 좋지 않은 상황에 세모는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싶어졌다.
아, 그냥 방에서 노래만 들으며 아무생각도 하기 싫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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