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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딩] 두려움, 기다림, 그리고 사랑 for 쟝아 본문

또봇

[유딩] 두려움, 기다림, 그리고 사랑 for 쟝아

dalian (다련) 2015. 5. 2. 23:08
점점 추워지는 가을 날씨에 춘추복을 꺼냈다. 엄마가 가을 날씨를 대비해서 빨아놓은 춘추복에서 섬유 유연제 향기가 물씬 풍겨 나왔다. 섬유 유연제 향기가 좋아 느긋하게 맡고 있으려 하니 산통 깨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딩요야- 이 가시나, 뭐 하고 앉아빠져 있노. 빨리 준비 안 하나?!”
“아! 엄마! 진짜 여유로운 아침 다 망친다니까!”
아, 진짜 엄마는 가을 타는 것도 없다니까, 진짜.
나는 구시렁대면서 옷을 갈아입고 밑으로 내려갔다. 확실히 춘추복이 하복보다 입을 게 많아서 평소보다 시간이 좀 더 걸렸다. 어제까지만 해도 내려가서 부엌에 있는 시계를 보면 6시 30분이었던 것에 비해, 오늘은 6시 35분이었다. 으아, 밥 먹는 시간이 줄어들겠다!
밥 먹으면서 스마트 폰으로 카톡을 하고 있으면 엄마가 머리를 때리는 데, 어느 때와 같이 맞아주고, 계속 똑같은 행동을 지속하고 있었다. 엄마는 밥을 차려주면서 학교생활을 매일 묻는다.

“딩요야, 어제는 또 무슨 일 없었나?”
“별거 있을 게 뭐 있어. 다 똑같아. 밥 먹고, 공부하고, 밥 먹고, 공부하고, 밥 먹고.”
“유진이랑은 잘 지내고 있제?”
“어, 근데 유진이가 왜?”
“그냥, 요새 안 보여서 그라지.”
그저, 오늘은 평소와 달리 유진이에 대한 얘기가 더해졌을 뿐 달라진 것은 없다. 사실, 엄마가 그렇게 말했을 때 가슴이 철렁했다. 유진이랑은 초등학교 때와 달리 많은 게 변했다. 예를 들면, 우리 둘 사이의 관계 같은 것이.


딩동- 웬일로 아침부터 초인종이 울리지?
“아이고, 유진아!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 카더니. 아침에 딩요랑 얘기를 했는데 이리 왔네! 딩요랑 같이 등교하려고 왔제. 어서 데려가라!”
문이 열린 사이로 보이는 것은 갈색의 긴 머리를 양쪽으로 땋고 곱게 교복 차려입은 유진이, 내 연인. 가슴이 떨려왔다. 기분 좋은 두근거림이기보다는 가슴에 수많은 바늘이 찌르는 듯한 기분. 엄마와 유진이가 같이 있다는 게 두렵고 떨려와서, 엄마가 당장이라도 욕할 것만 같아서, 그저 가서 신발을 구겨신은 채로 유진이 팔을 잡고 달리려 했다.
“딩요야!”
엄마가 부르지 않았더라면, 엄마가 부르는 목소리가 환청처럼 머리에 마구 울린다. 분명 평소와 같은 것 같은데, 비난하는 거 같기도 하고, 혐오하는 거면 어쩌지? 머릿속이 소용돌이가 휩쓸고 간 것처럼 복잡하고 지저분한 도시처럼 변해가고 있을 때, 누군가가 손을 따스하게 잡아 주는 것이 느껴졌다. 다사다단한 머릿속이 마치 블랙홀이 우주 속의 모든 것을 빨아드리고 사라지듯이 아무것도 없어졌다. 보이는 것 없는 단지 어둠. 새하얀 어둠.
“딩요야, 이 가시나야!  정신을 얻다 빼놓고 다니노! 가방 가져가야지! 여기 있다!”
“어? 어, 어. 응. 가져갈게, 가져가.”
멍하니 가방을 받고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아 멍하니 있으려니, 유진이가 아직까지 잡고 있는 손을 부드럽게 끌었다. 농사일을 돕느라 나와 달리 거칠거칠한 손은 다른 애들과 달리 투박하지만 따뜻했다. 항상 다정하고 따뜻한 마음처럼 따스하고 강하게 끌어 당겨서 끌려 걸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프게 잡지는 않는다. 역시 다정하다.

“딩요야, 걱정하지 마. 내가 있잖아.”
웃을 때 살짝 내려오는 눈, 환하게 올라가는 입꼬리. 나만 아는 상냥한 미소.
그 미소를 보면 다 안심되는 것 같다. 나는 항상 불안하고 너에게 믿음을 줄 수 없는데, 어떻게 그렇게 자상할까. 나는 널 외면할까 두려운데.
“외면해도 괜찮아. 진심이 아니잖아. 겁쟁이여도 돼. 뒤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그것보다 어서 학교 가자. 지각하겠다. 지각하면 두리가 놀릴걸?”
모든 것을 알고도, 이렇게 다정하게 이끌어주는 데 어떻게 안 끌리겠어. 난 그저, 오늘도 살짝 맺힌 눈물을 무시하고 너에게 똑같이 웃어줄 수밖에 없는 데. 항상 고마워. 날 기다려주고 있어서.

*
딩요야, 나 말고 아무도 널 이렇게 기다려 줄 수 없어.
아무한테도 뺏기지 않게 다 처리하고 있는걸.
넌 그냥 지금처럼 나에게 조금씩 끌려오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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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두근거림보다 두려움이 더 큰 딩요와 두려움을 다 덮어주려는 유진이지만 사실 유진이는 얀데레였다라는 이야기였는 데 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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