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alea
indistinct smile for 메다 본문
전화기를 볼 때면 항상 그 애가 생각난다. 항상 웃지도 않고 무뚝뚝하게 굴던 그 애가 전화하며 웃는 걸 본 순간 그 때부터 쭉.
생각해보면 그 애는 언제나 약간 지루한 듯이 앉아 있었다. 수업을 듣든 그 애의 친구들과 얘기를 하던지 무엇을 하던지, 하지만 그 애가 행복해 보이는 순간이 있었다. 그 애는 전화를 할 때면 항상 행복한 웃음을 머금고 통화를 했다. 친구들이 애인이냐고 물으면 은근슬쩍 말을 넘기면서 정확한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런 대화를 몰래 듣고 있다 보면 심장이 쿵쿵대곤 했다. 그 애에게 애인이 있는 걸까, 좋아하는 사람일까? 정확히 얘기를 안 하는 걸 보면 짝사랑일까? 그럼 조금은 희망이 있지 않을 까. 생각밖에 못 한 주제에 뭐 그리 좋아했었는지. 바보같이.
그렇게 계속 몰래몰래 쳐다보거나 대화를 엿들으면서 하루하루 좋아하는 마음만을 키워가던 나날도 끝이 다가왔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그 애는 점심시간만 되면 누군가와 전화를 했다. 대화는 들을 수 없을 정도의 거리였지만, 그 애의 웃음을 보기 위해 힐끗힐끗 쳐다보고 있었다. 어제와 그제도 그랬듯이 그 애는 웃고 있었지만, 내가 보기엔 그날의 웃음은 특별했다. 너무 행복한 듯이 웃고 있어서 나는 깨닫고 말았다. 내게는 그를 그렇게 행복하게 만들 자신이 없었다. 나는 겁쟁이여서 그에게 마음하나 고백하지 못하는 사람이었지만 그 애의 누군가는 그를 그렇게 웃게 만들 정도로 대단한 사람이다. 그 하나를 깨달은 순간 내 마음은 슬픔으로 가득 차 버렸다. 눈이 점차 흐려졌다. 울면 안 돼. 울면 안 돼는 데... 눈물을 다스릴 수 없었던 나머지 눈 밖으로 눈물이 흘러나왔다. 친구들이 다가와서 걱정했다. 이유를 말 할 수 없었던 나는 그저 입 다물고 묵묵히 울 수밖에 없었다. 나는 너무 서글펐나 보다. 첫 사랑의 달콤함마저 느껴보지 못한 채 아슬아슬하게 좋아하는 마음만 키웠다가 고백 한 번 못해보고 끝나버린 내 첫 사랑에.
그 뒤로도 그 애를 행복하게 해줄 수 없단 걸 알면서도 포기하지 못해서 그저 바라만 보았던 것 같다. 아직도 아쉬운 게 있다면 그 때 고백을 못 했던 것일까. 만약 그 때로 돌아간다면 고백보다 더 해보고 싶은 게 있다면 그 애에게 말하고 싶다. 지금은 할 수 있는 말. 니가 사랑하는 사람과 니가 잘 되기를 바래. 니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말하면 너는 뜬금없다는 생각과 함께 얼떨떨하게 말해주겠지. 고맙다고. 그리고 조그마한 웃음이라도 지어준다면, 나는 그것으로 만족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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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를 건 대상을 오공이로 한 공셈공← 모브이지만 전혀 그렇게 안 보이지?
미안해ㅠㅠㅠㅠㅠ이런 글이라서ㅠㅠㅠㅠㅠ
다음 생일엔 더 화려하게 해줄게ㅠㅠㅠㅠㅠㅠㅠ
그땐 확실히 리퀘받아서 해줄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미아뉴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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